하늘나라 우체국
그리운 분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세요
하늘에 닿는 마음의 우체통입니다
2013년 8월 7일.. 남편의 49제..
여보..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도 참 무더운 날이었네요. 여름이 갈수록 덥고.. 그렇네요..
그래도 가을을 기다리면서 살아보고 있어요.
어제는 당신 49제였네요..
당신 장모님이 그제 올라오셔서 저랑 같이 있어 주셨어요.
어제 아침에는 같이 앉아 산적에 동태전에 동그랑땡 너비아니까지 두런 두런 이야기 하며 만들었네요.
인천 있는 당신 처제도 밤 늦게 도착해서 아침 밥 같이 먹고.. 처형도 아침에 와서 잠시 앉아 있다가
도련님이 태우러 와서 같이 출발 해서 당신께 갔지요.
물론 당신 아들 씩씩한 우리 아들도 함께 말이지요.
도착해서 보니 고모님이랑 고모부님께서 와 계시네요.
조금후 아주버님과 형님, 당신 조카들이 다 와서 함께 추모관에 들어갔죠.
납골당 잠시 들려 당신과 인사 나누고..
벌써 엄마와 동생과 언니는 눈이 붉어져서 눈물이 흐르네요.
당신은 나도 그럴줄 알았겠지만...
미안하게도 난 무덤덤히 인사 나누고 나왔어요.
당신 내가 울지 않아 속상했나요?
알고 계시겠지만..
제일 슬픈 건 나와 우리 아들이겠지요..
하지만 내가 울면 시댁 가족들. 친정 가족들.. 모두 가슴이 무너질테니...
더 아프게 할수 없어서 꾹꾹 눌러 참았어요.
엄마나 동생과 언니.. 모두 삼오제 후 처음이라 그렇겠죠.
도련님과 저번에 명패 사진 잘 나왔나 한번 보러 가자 그래서 갔었잖아요.
그때 삼오제 후 명패 사진 주러 가서 잠깐 보고는 ..그땐 아들 없이 나 혼자 였네요..
여보.. 나는 그랬어요.
내가 당신 만나러 가면.. 장례후 실컷 울다 와야겠다고..
서글픈 내 신세 한탄도 좀 하고.. 원망도 좀 해보고.. 우리 아들 걱정에 잔소리도 좀 하고..
불쌍한 당신.. 불쌍한 나와 아들 생각에 원 없이 울다가 와야지 했었어요..
하지만 그러면 남은 가족들의 내 걱정에 더 슬퍼할까봐서일까요..항상 도련님이 같이 가주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도련님 앞에서 우는 것도 좀 그렇고.. 나 혼자 오롯히 보고 싶은데. 같이 가설랑 그러는 것도 그래서
마음 속으로만 울고 왔다는 거 당신이 다 보았으니 알테지요..
도련님도 자꾸 나 웃으라고 장난도 치시고 그러는데 안 웃을 재간이 없네요.
웃다 오고 또 웃다 와서 보니 당신 사진 보며 울고 그럴 시간이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간 것 같아요..
저번 주 금요일에 아들이 자고 일어나 놀다가 갑자기 아빠가 보고싶다고 아빠한테 가자고 그러는데.
차는 없고.. 도련님께 전화하기는 이른 시간이라 막상 그래 가자 해놓고도 어찌 갈까.. 버스라도 타고 가야겠다.. 했었어요.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아빠한테 가보자고 하는데.. 가야지요.. 어떻게든 가야지요..
가설랑 삼촌 손 따라 당신 사진 앞에 술도 따라 올리고 가지런히 조막만한 손 모아 무릎꿇고 절도 하네요..
많이 컸지요..
당신의 빈자리를 이제 우리 아들도 조금씩 느끼고 있나봐요..
며칠 전에 내가 우리 아들에게 이사를 가야 할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럼 이제 아빠는 어떡하나.. 이 집에서 너 낳고 키우면서 아빠랑 같이 놀고 자고 함께 살아온 집인데
이사가면 어떡하지..? 물었어요..
우리 아들은.. 괜찮아.. .. 그러네요..
그래도 우리 아빠랑 같이 살아온 집인데 우리만 이사가면 어떡해.. 라고 물으니
아들은 .. 엄마.. 아빠 사진 들고 가면 돼 .. 괜찮아. 아빠는 이제 사진 속에서 우리랑 같이 있잖아.. 아빠 사진이랑 액자 들고 가면 돼..
이렇게 대답하네요... 두달도 안 된 사이에 우리 아들이 부쩍 많이 컸어요.. 그렇죠?
아빠는 이제 하늘 나라에서 우리 보고 있잖아... 그러는 아들에게.. 난 이리 말했네요..
그래. 아빠의 몸은 우리랑 없지만.. 같이 살고있지 않지만.. 너에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너에 마음에 항상 같이 계실거야.
그러니까 엄마랑 씩씩하게 서로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자..
우리 아들은 벽에 걸린 당신 영정 사진을 보면서.. 엄마.. 내가 엄마 말 잘들을께.. 아빠가 엄마 말 잘 들으라 했으니까.난 엄마 말 잘들을께.. 이렇게 말하는 우리 아들.. 잘 크고 있죠?
아빠가 우리 아들 많이 사랑해 준거 알지? 아빠는 항상 널 예뻐하시고 항상 최고라 말씀하셨었지?
우리 아빠 말 잘 기억해서 엄마랑 둘이 아빠 사진 보면서 항상 웃으면서 살자.. 엄마도 우리 아들 말 잘 들어주고 잘 키워줄께..했네요..
여보..
시간은 그렇게 나와 우리 아들에게 당신의 빈자리를 서로 느끼면서도 보다듬으면서 당신을 마음에 품고 지내게 하네요..
안타깝고.. 서글프고.. 불쌍한 우리 남편...
무어라 말을 해도. 그 어떤 말로도 이 먹먹한 당신 그리움은 표현을 못할 거에요..
참.. 하루하루가 눈물바람 .. 남몰래 흘려가며.. 아들에겐 웃어가며 .. 그렇게 힘들게 지낸 하루하루가 어느덧 7주...
사진 속에 당신 시계는 영원히 42살로 멈춤이네요..
여섯살 우리 아들 열두살 되면 나도 사진 속 당신 나이와 똑같겠죠..
그리고는 내가 당신보다 조금씩 더 나이들어 가겠죠..
당신 없이.. 아들을 키워내며..내마음에 그리움과 아픔도 함께 흘러 가겠죠..
그때까지 내 인생은 또 얼마나 어떻게 흘러갈지..아무도 모르지만..
이거 하나 확실하네요.
내가 당신 부인으로 짧은 세월 살았지만.. 그 큰 사랑속에 행복한 추억 기억하고 아들과의 또다른 새로운 생활의 기쁨을 더해가며
그렇게 조금씩 눈물보다 웃음으로 채우며 살거라는 희망.
지금 이시간을 이겨내려면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갈테니 열심히 바쁘게 살아라는 주변 친구들과 어른들의 위로 속에..
당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하나씩 지워가며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내다 보니..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을 지나게 하네요..
여보..
사진 속에 당신은 한껏 멋부린 젊은 사장님으로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맑은 피부를 가진 멋쟁이 남편이네요..
아직도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래도 웃어가며.. 이겨내고.. 있어요.
잘 하고 있죠?
지금을 잘 지내줘야.. 남은 시간들을 당신 원망보다 사랑과 기쁨을 기억하며 살테니까..
그래야 당신도 편히 눈감고 쉴테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살려 합니다.
이름 한글자한글자 당신 이름 되새길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가슴아픈 일일지라도..
날마다 당신을 기억하고.. 아들과 함께 새롭게 살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렵니다.
당신 몫까지 더더더 많이 행복하게 살렵니다..
서운해 마세요.. 남은 우리 불쌍타고 울지도 말고.. 아들 눈에 밟혀 편히 쉬지도 못하는 당신은 싫습니다.
그래.. 그래... 미안하다.. 그래도 웃어라.. 아들과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행복해 하며 살아라... 해 주세요..
밤마다 우는 나를 보다듬고.. 이제 울지 마라. 물지마리.. 해주세요..
우리 아들.. 안짱 다리 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테지만 그때도 잘 될거다.. 걱정마라 .. 해주세요..
보고싶습니다..
할수만 있다면.. 당신 떠나기 전날로 가서 실컷 당신 손잡고 맛난거 같이 먹고. 한숨도 안자고 지켜보고싶습니다.
우리 아들과 당신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 안겨서 숨도 못쉬게 웃어보고 싶습니다.
숨막히게 안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수천번은 더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 모습 하나하나 눈에 담게 눈도 깜빡이지 말고 쳐다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 이름 다정히 부르는 그 목소리도 .. 우리 아들 이름 부르며 사랑한다는 그 말 다 녹음하고 녹화해 두고 싶습니다.
아니... 그냥 나 아프니까 회사가지 말라고 떼를 써서라도 회사출근을 막아보고 싶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당신은 제 곀에 있을테지요.. 회사에 그날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픈 이별을 하지 않았을테니..
회사가지 말라고 문을 걸어 잠그고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결근 시키고 싶습니다.
다 부질 없겠죠..
이젠 영영 이별인것을..
당신의 49제를 보내며 난 오늘 밤도 눈물 범벅으로 자판 오타를 몇번이나 수정하며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을 보니
이젠 받아들여야 할 엄연한 사실이네요..
사랑해주어 감사하고
나랑 결혼해 주어 또 감사하고
당신 닮은 우리 아들 내게 주고 가서 한번 더 감사하고
살면서 큰 싸움 없이 좋은 기억 웃던 추억 많이 주고 가서 더더 감사합니다.
날마다 당신 사랑 속에 감사하며 살께요..
여보..
보고싶고.. 또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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